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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2. '피의 금요일'… 폭락한 가상화폐 '신뢰'의 문제에 부딪히다

푸른 잠수함 2018. 2. 2. 18:34

가상화폐 가격 폭락세가 심상치 않다. 2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의 가격이 전날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36분 기준으로 전날대비 220만3000원이 폭락한 914만원에 거래 중인데,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원 아래로 떨어진 가격이다. 알트코인의 가격도 크게 하락해 리플은 1000원선이 붕괴(899원)됐고, 이더리움과 이오스도 각각 100만원과 1만원선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폭락의 이유로 빗썸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 피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6억달러 규모 가상화폐공개(ICO) 중단 등 연이은 국내외 악재가 거론되고 있지만, 투자상품으로서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최근 '화폐'로서의 기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단기간 내 가치 변동의 폭이 매우 커 통화기능을 하기엔 장애요소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반면 블록체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의 발전 가능성은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여전히 유효하게 만들었다. 또한 경제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금을 대신해 헤징(위험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부각될 수 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화폐는 물론 투자상품으로서의 '신뢰'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전세계적인 가상화폐 규제의 핵심은 사실상 '자금 세탁'의 차단이다. 위법적인 수단으로 벌어들인 '검은 돈'을 익명으로 거래되는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자금을 회수해 '깨끗한 돈'으로 바꾸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각 국 규제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의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검은 돈'이 가상화폐 시장에 흘러들어왔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자본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상품으로는 매우 높은 리스크가 내제된다.  

완전한 보안시스템으로 각광을 받았던 블록체인에 대한 의심도 문제다. 이론적으로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한 기술이다. P2P방식으로 모든 거래당사자에게 똑같은 데이터가 전송되므로, 동시에 모든 거래당사자를 해킹하지 않는 한 임의로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변경·누락할 수 없는 기술이다. 그러나 잇딴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고는 블록체인이 아직 완전한 기술이 아니라는 의심을 높이고 있다.

보안업계 한 담당자는 "블록체인은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기록을 공개하며 비교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해킹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아직 완전한 기술은 아니어서 버그를 이용한 해킹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난 26일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가 해킹으로 약 5648억원에 이르는 가상화폐 'NEM(뉴이코노미무브먼트)'를 유출당하는 사고로 가상화폐 거래소 추가 승인이 당분간 어려워 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테더코인'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해 말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와 테더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비트피넥스는 가상화폐의 거래시 미 달러화 대신 테더가 발행하는 이른바 '테더코인'을 사용한다. 알트코인들이 비트코인에 기반한 가상화폐라면 테더코인은 1코인의 가치를 1 미국 달러로 고정한 가상화폐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의 가치를 고정시켜 거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테더코인을 발행하는 회사 '테더'는 발행되는 코인의 수 만큼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이후 '테더'는 회계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테더의 회계감시를 맡고 있던 '프리더먼 LLP'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해 9월15일 4억4300만 달러와 1590 유로의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만, 신뢰성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테더의 주장대로 '테더코인'의 발행 수 만큼 실제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올 초 까지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테더가 상당한 수의 테더코인을 발행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테더코인을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여 가격 하락을 막았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인데, 지금까지 나온 의혹을 종합하면,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는 자산으로 발행한 '허상의' 가상화폐로 또 다른 가상화폐의 가격을 올려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가상화폐 시장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라면 상장사가 정기적으로 제출하던 회계감사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할 경우 거래소의 조사 후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회사마다 보고서 제출 시기가 다르고 테더도 그런 부분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CFTC가 상당한 정황증거를 포착하고 움직이는 기관임을 감안하면 테더의 거래에 상당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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